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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 SU JANG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고 다시 그 변화된 자연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인류세(Anthropocene) 개념을 예술가의 실천적 관찰로 재해석한 박형근의 근작 <유동성의 지형학>은 현대 사회가 자연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쌓인, 단일한 표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잡한 역사를 지닌 제주도를  용암 동굴, 곶자왈 숲, 건천 등 제주도 특유의 다양한 요소와 상징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박형근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인간의 위치와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작가는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인 보행 즉 ‘걷기’라는 행위에 더욱 집중하는데, 이를 통해 물, 불, 바람, 빛과 같은 자연 본연의 힘이 만든 변화를 경험하며 물질과 비물질, 유형과 무형의 경계에서 인간의 주체성을 넘어선 존재로서의 자각을 촉구하고, 카메라로 포착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로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 역사적 장소와 풍경의 미학적 측면을 결합시키고 자연과의 긴밀한 교감을 통해 지속적 변화를 겪는 환경을 시각화하며,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박형근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 본다.

JI SU JANG, 불투명한 창을 만지는 연습 04, 2023, Charcoal, oil on canvas, 45 7/10 × 35 4/5 in | 116 × 91 cm